원이 아버지께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400년전의 망부가~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에서 택지개발중
산기슭에서 비석도 없는 무덤이 발견되었다.
이 무덤은 특이하게도 사방이 덩굴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무덤에서는 4백년 전
조선 시대에 죽은 사람의 미라와 가족들이
써 넣은 편지가 나왔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은 모두 심하게 상했지만
그의 아내가 쓴 글은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를 테마로 사백년 전에 부친 편지가 쓰여지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그 넝쿨이 바로 능소화다
무덤에서 발견한 한글편지로,
원이 엄마가 31세로 죽은 남편 이응태를 그리며 적어
무덤에 넣은 글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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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영감을 주는 글을 전해드리겠습니다.

2 답글
  1. 설안선 says:

    내 모친께서도 40여년을 수절하고 가셨다.
    정말 멋지셨던 부친은 월남참전의 원인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자전거타고 하늘로 떠나버리자 충격으로 뒤를 이으셨고 내어머니는 그토록 아름다운 자태로 뭇남성들의 수없는 유혹들을 마다하시고,,,국립묘지에서 8시간동안을 마지막 데이트로 하시고 비로소 남편곁을 찾아가셨다.결혼후 짐될까봐 “엄마!나결혼 후에도 나랑 살거아니지? 멋진분들 많자나 재혼하세요!” 모친은 늘 말씀하셨다. “네 아버지만한 멋진남자가 없어서 못한다.이세상에 네 아버지만한 남자가 어디 있다더냐,,,,난 네아버지밖에없다!” 거두절미,,,,,,,어머니,제아버지만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제 아버지의 딸로써 감사드립니다.절세미인이셨으면서도 절개를 지키셨던 어머니,,,,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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