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형 쇼핑몰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화가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비록 생업 때문에 그림을 자주 그리지는 못하지만
붓을 아예 놓는 것이 싫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싶기 때문에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팔순이 넘은 할머니가
사진 한 장을 들고 찾아 왔습니다.

두 남자아이와 한 여자아이가
사이좋게 서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빛바랜 흑백 사진이었기 때문에
할머니는 옷색깔이나 머리, 피부등이
원래는 어떤 것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서요.”

그림을 그려주기로 약속한 저는
얼마 후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할머니에게 알렸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지났는데도
할머니에게서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누군가에게 선물한다고 하셨건만…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 봤지만,
자동응답기만 돌아가더군요.

그렇게 한 달째,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할머니의 아주 친한 친구라면서,
그림을 찾아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는 게 아닙니까!

어르신은 오랜 친구의 남은 짐정리를 하다가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제 메세지를 듣고
찾아온 것입니다.

알고 보니 사진은
아르헨티나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기 직전에
두 오빠와 찍은 할머니 본인이었습니다.
이미 두 오빠는 세상을 뜬 지 오래되었고,
남겨진 막내여동생은
크리스마스에
가족없이 쓸쓸히 지내야 하는 자기 자신에게
그 그림을 선물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친구분에게 그림을 넘기고 펑펑 오는 눈을 바라보면서,
쇼핑몰에서 손을 잡은 가족들을 보니..
거리에서 들려오는 캐롤소리가
웬지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 정유진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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